알코올 중독 가족, 라파 입소 후 첫 위기! -1편-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 매 주 월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지나온 모든 일들을 기록하는 이 자리를 통해 중독을 알리고, 경각심을 가지며, 치유의 길로 함께 들어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2년 12월 20일 라파로 이사를 하던 날, 흰 눈이 내리는 추운 날이었습니다. 손끝이 빨갛게 시려웠지만, 마음은 설레임으로 가득해 추운 것도 모르고 바깥에 놓인 짐들을 하나씩 안으로 옮기며 어느 곳에 둘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가량 짐 정리를 하며 시골 분위기에 맞추어 꾸미는 즐거움을 누릴 때 마음 한 켠은 불안함으로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후 7년동안 4번의 이사를 하는데 때마다 술을 마신 남편과 정리되지 않은 짐더미 속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전쟁을 치룬 경험이 떠올랐을까요?



 



제게 이사는 참 버거웠습니다. 짐을 다 빼기 전 금액 정산을 앞두고 술을 마신 탓에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거나, 이삿짐 센터를 계약하고 술을 마셔 내용 전달이 되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이사할 때마다 만났던 이들의 난감해하며 짜증내는 얼굴 표정이 잔상이 되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사도 4번이 되니 혼자 정리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약해진 남편의 자리를 늘 시아버지께서 대신 해주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요. 그 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중독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즐거운 날, 기쁜 날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요. 삶을 처리할 수 없게 마셔대는 술은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모두를 짙은 알코올 속으로 가라앉게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치유 공동체로 들어오는 이사이기에 내심 다른 것을 기대했나봅니다.



 



허나 불안한 맘은 빗나가지 않고 현실이 되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초림아, 준이가 10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5만원을 빌렸데. 같이 사무실에 있던 분이 알려주시더라. 중독 치료 기간이라 핸드폰 소지도 안되고, 카드도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가 우리가 간식비는 다 가게로 이체해줬는데 어디다 썼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아. 너가 이사하자마자 정신없겠네." 친정엄마의 낯선 말투와 날선 내용은 외마디 목소리가 아닌 무거운 돌이 되어 저를 짖눌렀습니다. 남편은 라파공동체에서 1년의 치료기간 중이라 핸드폰, 카드 소지가 금지입니다. 그러던 중 10월 글라인더 기계에 손을 다쳐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하며 3주를 입원해있었습니다.



 



알코올 중독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그를 혼자 두는 시간이 못견디게 초조하며, 돈의 흐름에 민감해지는 것입니다. 혼자 있을 때면 여지없이 술을 들이붓고 들어오며, 가족들의 지갑 속 돈은 달콤한 향기처럼 그에게 흘러들어가 여지없이 손을댑니다. 있어야 할 돈이 사라지고, 그 돈의 행방은 끝끝내 거짓으로 일관하며 잔뜩 취한 얼굴로 들어오는 남편, 지갑에 자물쇠라도 채운듯 돈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집 구석 구석에 굴러들어간 500원을 차곡 차곡 모아 술을 마시고, 사용하지 않는 계좌의 잔액들을 모아 술을 마시는 나의 남편.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에 라파에 왔는데 8개월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 위기가 온 것일까요? 병원에서 지내는 시간, 면회도 되지 않아 홀로 앉아 술의 존재감에 이끌려 넘어간 것일까요? 나의 추측은 순식간에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올려졌습니다. 중독자의 아내로 사는 것은 남편이 하나님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불안을 이스라엘 백성과 같이 켜켜이 쌓아 올릴 때에 하나님과 같이 되자고 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내게 좋은 남편이 되라고 아우성 치며 남편을 이끌고 조종하고싶어하는 나의 목소리가 되어 의심을 쌓아 올립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교만을 무너뜨림과 다른 언어로 하셨지만, 중독자의 아내로 사는 나는 남편이 하나님되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의 바벨탑을 무너뜨려주기를 한없이 기대합니다. 



 



이사 후 이 좋은 곳에 적응을 마치기도 전에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목사님께로 달려가 사실을 말씀드리니 조만간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혹여라도 거짓을 말할까 그 사이 친정엄마께서 이체 내역과 카카오톡 내용을 캡쳐하여 증거자료로 보내주셨습니다. 아는 지인을 통해 사위가 돈을 빌려갔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혹여 술 마시고 거짓을 말해 딸이 힘들어 할 것이 염려되었는지 얼굴 굳히고 카톡 내용과 이체 내역을 부탁했을 우리 엄마. 미안한 마음보다 이 사태에 대한 해결이 급급해 제대로 답장도 못하고 소집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늘 정확한 증거를 보여주어도 한 번에 인정하는 법 없이 거짓을 말하고, 구차한 변명을 동원해서라도 술은 꼭 마셔야 했던 나의 남편. 또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일까 노심초사하며 모두 모인 심각한 회의 자리에 남편은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참석하였고 증거를 보여주며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옆 자리 사람에게 공기계를 빌렸고 심심해서 게임을 설치해 실행했는데, 아이템이 필요해 5만원을 빌려 충전했어요. 알코올만 주의하려고 노력했고 게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술은 아니었으니까요. 알코올은 한 방울에도 삽시간에 잠식되어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망가져 버립니다.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가 제게 들리니 마음 속 바벨탑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내가 바라던 대답, 내가 원하는 남편이 나의 의심을 허물고 내가 그리던 모습으로 있어주니 얼마나 안심되던지요. 온갖 추측은 사라지고 목사님의 음성에 귀 기울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떨어지는 불호령에 회의 장소는 순식간에 철옹성같은 재판장으로 느껴졌습니다. "이게 바로 재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아이 아빠로서 할 수 있느냔 말이야!" 목사님의 한 마디에 저는 완전히 주눅들어 슬픈 모습이 벗겨지고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재판 받는 죄인 남편을 둔 아내, 그 남편을 하나님처럼 생각하는 의존과 조종하는 교활한 죄인, 이것이 중독자의 아내입니다. 너무 당연히 안되는 것을 술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안심해버린 내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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