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홈스쿨 이야기 - 옳고 그름과 다름의 차이 -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 복숭아 나무를 전지한 후에는 봄을 맞이하여야 제대로 되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잘라내었음에도 흐드러지는 꽃잎 뒤로 열매가 너무 무수히 달려 당황스러운 마음에 이번 주는 무분별히 열린 열매를 손으로 떼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나의 삶에도 복숭아 열매와 같이 다 잘라낸 줄 알았던 자리에 무분별히 열리는 열매들을 보고 다시 작업해야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하나씩 마주보고 떼어내는 일들을 마치고 진짜 열매를 얻을 순간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저마다의 소소한 문제들을 가지고 마주한 자리에서 함께 고민하는 이들의 이맛살, 눈빛, 조심스레 건네는 말들이 좋습니다. 함께 무언가를 나누고 이루어 간다는 것은 참 의미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누군가와 앉아 대화하는 것이 좋았는데 어느 순간 듣는 말들이 내 마음에 눌러 앉아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거운 마음은 숨이 턱 막힐듯한 긴장감으로 내 몸을 감싸기도 했습니다. 말을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분별하고 잘라내는 일들을 하지 못하는 저는 모든 말들을 제 안에 담아두고 산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가만 앉아서 듣는 순간에도 내 머리와 마음은 그 말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담아내려 애쓰며 이것이 내게 유익한지, 무익한지 분리는 되지 않고 쌓여만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적신호가 숨막히는 긴장으로 나타났을 때 제가 택한 방법은 분류였습니다. 맞는 이야기들과 틀린 이야기들로 분류하여 주변 이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서로 나누던 소소한 걱정거리와 일거리들은 어느새 판결의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결한 내 이야기에 모두가 동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말들은 눈에 힘주어, 머리카락과 귀가 곤두서게, 목에 핏대를 세우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토해낸 말에 주변이들이 동의를 하는 순간에는 틀리다는 판결을 받은 이에게 여과없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부었습니다. 그 대상은 나의 남편이 되기도, 공동체의 형제, 자매가 되기도했습니다.



 이 때만큼은 마음의 야성이 그대로 살아나 마치 제 무리 속에서 갓 태어난 새끼를 지키는 어미 사자가 된 마냥 동의한 이들을 향해서는 기준 없는 보호를, 틀린 이에게는 매서운 울음소리로 경고를 하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틀린 타인을 향하여 불일듯 일어나는 분노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분노는 순식간에 나를 상위 포식자로 만들었습니다. 무거운 쇠창살의 우리문이 열리고 오랜 시간 굶주린 사자가 죽일듯한 눈빛을 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이며 한 걸음 내딛어 그 말을 한 이를 눕히고 커다란 발을 목 위에 올려 서서히 조르듯 나 또한 그렇게 남편을, 형제, 자매를 짖누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 번은 알코올 중독과 도박 중독으로 입소한 한 형제님에게로 향했는데, 그 형제님은 자칭 '여자 혐오'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여성들이 어렵고 싫었던 형제님은 저를 통해서도 불편한 부분을 마주하였고 그 마음들을 지나가는 길에 물건내려놓듯 제 앞에 툭 내뱉고 가기도 했습니다. 또 술과 도박 충동이 일어 지나가는 사람이 있음에도 공용 전화기에 대고 핸드폰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서류를 보내 통장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 후 몰래 나가 핸드폰을 개통하고 소지하여 도박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중독이 무엇인지를 보고, 또 남편을 통해 겪었던 중독이 되살아나는 듯 하여 마음이 온통 그 형제님에게 빼앗기게 되었고 일거수 일투족을 내 생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치유사역을 하시는 목사님, 사모님께서 무어라 말씀하시기도 전에 나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지없었습니다. 이 때 사람들과 모여 판결의 장을 연 것도, 그 판결이 틀리다고 결론났으므로 형제에게 매 순간 무자비한 벌같이 쏘아대는 것이 옳다 여겨 실행한 것도 저였습니다. 



 또 한 번은 우울증으로 입소한 자매님에게 향했는데, 자매님은 타인에게 좋은 것 주기를 좋아하는 분이었습니다. 좋은 정보, 좋은 이야기, 좋은 생각, 좋은 책들을 가지고 있다가 주변 이들에게 전해주었는데 고맙게 받았던 이들의 얼굴이 생각나 종종 좋다 여겨지면 주변 이들을 찾아 나눈다고 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인상이 선하고 고우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씀씀이도 곱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볕 좋은 어느 날 자매님은 제게 선크림을 바르되 목까지 바르는 것이 좋으니 꼭 바르라고 이야기해주었을 때 또 마음이 울렁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정보였지만 왜였는지 제게는 선크림을 바르라는 말이 잔소리처럼, 또 강요처럼 들렸고 이 때에도 서로 대화를 하기보다 주변이들을 통해 내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여론 조사가 이루어졌고, 제게 유리한 쪽으로 호소했던 그 자리에서는 자매님이 준 정보와 그 마음은 과한 것이었다고 판결이 나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제게 며칠 후 자매님의 심리적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대화를 청하였고 저는 여지없이 날카로운 말과 높은 언성으로 불편하니 고치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서로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당황스러운 태도에 자매님은 제게서 아주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거리감은 공동체를 불편하게 했고 결국 목사님께서 상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다시 들여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상담을 통해 알게된 것은 탄 얼굴마저도 수용해주는 모습을 기대하는 내 마음이 좌절됨을 느꼈기 때문이었고, 이런 기대는 내가 자매님을 통해 엄마를 보고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내가 바랐던 것은 과도한 정보가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도 마음의 여백을 두고 살짝 떨어진 거리에서 나를 지켜봐주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기를, 나를 보고 참 잘하고 있다 해주기를 바랐던 것임을 자매님을 통해 알게된 것입니다. 그래서 자매님과 저는 서로 몸과 마음의 '여백'을 두고 가까워지기로 하였습니다. 몇 번의 상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제게 일어나는 문제들을 돌아볼 때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에 그간의 불편한 구슬들이 한 자리에 꿰어져 정돈됨을 느꼈습니다. 



"자매님은 세상을 옳고 그르다라는 기준으로만 보는 것 같네요.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다른거예요. 그 형제님도 자매님과는 서로 다른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고, 중독으로 빠져만 갔던 것이지 틀리다고 보고 그 사람을 공격하듯 비판하면 더 큰 상처만 입히게 되지 치유는 될 수 없어요. 옳고 그르다는 하나님만 하실 수 있어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내가 하려고 하면, 참 불편해져요. 사람과 사람은 다르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살기를 바라요. 또 그 자매님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경험이 있기에 좋은 정보를 주게 된거예요.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거예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나의 문제를 발견하고 치유될 수 있다니 이래서 공동체가 좋은거지요. 같이 사는 공동체가 아니고서는 이런 것들을 세세히 다룰 수 없어요. 앞으로는 서로 다름의 불편을 안고 감수도하고, 또 때로 대화를 통해 해결도하고, 그마저도 되지 않을 때는 공론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가지면 좋겠네요."



 홈스쿨에서는 각 사람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참 중요하며 아이는 주입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성향을 파악하고, 고유의 빛깔을 찾아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알려줍니다. 제가 세상을, 사람들을 옳고 그름으로 보게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을 발견한 것만으로 한층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해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늘 야성이 살아있는 맹수의 마음으로 타인을 봤다면, 이제는 인간 초림이가 되어 다름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니 타인을 대하는 것이 조금은 자유롭습니다. 많은 생각과 실천과 인내가 필요한 이 순간에 하나님만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음을 알게되다니, 이 얼마나 자유한 일인지!



 내 생각으로 행하려 할 때에는 온 몸에 숨막히는 긴장감을 안고 살아야하며, 타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강박적인 마음으로 살았다면, 하나님께서 하심을 알고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다르며 이를 대화로 풀어나아가고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된 지금은 누가 내 곁에 있어도 편안하고 들을 준비가 되며 귀와 눈이 그 사람에 대한 궁금함을 안고 향하게 됨을 느낍니다. 이번 일을 통해 개인이 가진 빛깔을 내 생각과 마음으로 점수를 매기지도, 기준을 세우지도, 판결하지도 않고 그대로 보는 첫 걸음이 되어 인생의 무거운 짐이 하나는 덜어졌습니다. 어른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 곳 라파에서 우리는 서로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나를 앎으로 서로를 수용하는 공동체가 되어갑니다. 부질없는 미움의 열매와 시기의 열매와 판단과 정죄의 열매를 떨구고 사랑의 열매만 남길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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