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2)

라파공동체2026.03.28 15:24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2)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의 신앙 정체성을 아나뱁티즘(재침례신앙)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근현대 역사에서 좌우파의 극단적 대립과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한국에서 평화를 말하는 아나뱁티즘을 자신의 신앙으로 받아들이려면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종교개혁 500년, 개신교 역사 500년 가운데 주류 개신교단으로부터 “종교개혁의 서자” 취급을 받으며, 때로는 이단 취급을 받으며 경시되고 무시되어온 아나뱁티즘(재침례신앙)을 자신의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고백한다는 것은 가히 목숨을 건(?) 결단이어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목숨을 건다는 표현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그 고백만으로도 해당 교단에서 축출되거나 출교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서야 하는 큰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은 명목상으로 한국기독교침례회 소속의 목사입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스스로를 재침례교인이라고 여기고 있고, 침례회 소속 목사로서의 활동은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인 활동은 임의단체인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입니다. 침례회 교인으로 혹은 침례회 소속 목회자로 활동하면서 나는 두 번의 “파문”의 위협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침례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작은 학원 분규가 있어서 학생들을 대표해 총장님과 면담할 때였습니다. 당시 분규의 원인 중 하나가 어느 교수님이 재임용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것이었기에 그 이유를 총장님께 묻게 되었습니다. 그때 총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그 교수는 메노나이트이기 때문에”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머리속에 “메노나이트”라는 이름은 금단의 단어로 새겨졌습니다. 저 이름 옆으로 가면 나도 교수직에서, 교단에서 축출되고 말거야 라는 두려움이 확고하게 새겨졌습니다. (그런데 그 총장님이 우리가 사랑하는 책 <재침례교도의 역사>에 추천사를 쓰신 분이었습니다.) 또 한 번은 제가 신대원을 졸업하고 전도사 생활을 2년 마친 후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시취를 받을 때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침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저는 전도사 신분이었는데, 전도사 신분으로 제 딸과 몇몇 교인들에게 침례를 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시취위원 목사가 정색하며 말했습니다 “아니, 뭐? 전도사가 침례를 줬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제 심장이 쿵 하고 멎었습니다.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파문! 그 무시무시한 단어가 제 머리속을 맴돌았습니다. 침례는 안수받은 목사가 주는 것이니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고 시취를 마쳤습니다. 그 때의 경험도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두려움으로 각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왜 전도사가 침례를 주면 안되지? 성경에 그런 얘기가 어디 있어? 평신도인 빌립 집사님도 이디오피아 내시에게 침례를 주었잖아?’ 하는 의구심과 반감이 고개를 든 채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때로부터 저는 바른 신앙에 대한 탐구를 멈출 수 없었고, 내 신앙에 대한 혹독한 자기검열과 성찰의 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나뱁티즘을 나의 신앙의 정체성으로 고백하기까지는 무려 20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고 수많은 강과 산을 건너고 넘어야 했습니다. 마치 우리 믿음의 아나뱁티스트 선조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수많은 강과 시내와 산을 건너고 넘어야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올해를 우리는 한국 아나뱁티스트 30주년으로 기념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제 신앙의 여정도 그와 같습니다. 저는 1995년 6월 나 같은 죄인을 먼저 찾아와 주신 예수님을 만나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7월 9일 처음으로 교회에 출석하였습니다. 교회에 출석한 다음 주 담임목사님의 심방을 받은 7월 13일 공식적으로 예수님을 나의 구세주와 주님으로 영접하였고, 11월 5일 침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20년이 지난 2015년쯤 저 자신을 스스로 아나뱁티스트로 여기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제 신앙의 30년 여정 중 20년을 침례교인으로 살았고, 10년을 재침례교인으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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