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5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53)
SK 그룹 최태원 회장에 관한 기사를 공유하면서 그가 “사회적 가치를 경제 시스템에 내재화 하는 신기업가 정신”을 주창한 배경이 궁금해져서 그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가 수감되어 있는 동안 기독교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에 관한 여러 기사와 자료들을 검색해 보니 그가 수감생활 기간 동안 신앙 생활의 큰 변화를 경험한 것은 분명한 듯 했습니다. 수감 생활 중 특히 그는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을 거의 다 암기할 정도로 많이 읽었다고 하고, 출소할 때는 성경을 손에 들고 있었다는 기사가 있더군요. 그는 나와 같은 60년생으로 민주화 세대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재계에서 가장 큰 변화와 발전을 보인 기업이 SK 그룹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2025년 현재 삼성에 이어 재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재벌 그룹 총수가 사회적 가치를 경제 시스템에 내재화 하자는 혁신적 주장을 내놓은 것에 저 말고 관심을 가진 누군가가 있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의 관점은 저와 정반대 였습니다. 최회장의 주장을 낡은 이념의 틀인 반공주의의 시각에서 최회장의 주장을 반자본, 반재벌, 반기업의 위험한 사상으로 평가하면서 그의 신앙적 배경을 파헤치고 있더군요. 그가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최회장은 나들목교회 교인으로서 그 교회 담임목사인 김형국 목사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의 눈으로 보기에 김형국 목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좌파 목사이고 그가 운영하고 있는 한빛누리재단의 후원 대상이 되는 기독교 단체들 또한 모조리 골수 좌파 기독교 단체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언급된 단체들, 한빛누리재단이 후원하는 단체들의 면면은 성서한국, 청어람, 기윤실, 복음과 상황, 뉴스엔조이, 느혜미야 기독연구원, 개척자들, 밝은누리 등등 인데 이들 단체들은 모두 좌파 기독교 단체들이어서 최회장의 신앙도 의심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다보니 대한민국 기독교가 처한 소름끼치는 현실을 확인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냉전 프레임으로 재계 2위의 재벌그룹 총수를, 그것도 현직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사람마저도 좌파로 낙인 찍고 의심하는 눈길이 있다는 사실에 섬찟함을 느꼈습니다. 그러한 시각이 아마도 한국 주류 개신교의 인식이며 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족집게처럼 내가 나의 동류(同類)로 여기며 직간접적인 교류와 연대를 나누는 단체들을 콕 집어내던지......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 기윤실 대표와 이사장의 간절한 후원 증액 요청 편지를 받고 – 기윤실이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200만 연합예배’와 12.3 비상계업 사태에 대해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교회의 후원금이 대폭 줄었기에 - 소액이나마 후원금을 증액 하여 보내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기윤실을 좌파 단체로 낙인 찍고 타도해야할 대상 쯤으로 여기는 이들을 보면서 아, 그렇지. 여기가 대한민국이지 하는 참으로 슬픈 현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현실이 우리의 진정한 삶과 사역의 토대이며 2,000년전 주님께서 맞닥뜨린 현실이었음을 인정하여야 하겠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고난 가운데 꽃피는 것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로새서 1:24)라고 바울이 고백하였듯이 고난 없는 기독교는 진정한 기독교가 아닐 것입니다. 기독교의 변질과 타락은 고난이 없는 안락한 삶, 편안한 삶, 먹고 배부르고 등 따순 삶 속에서 배태되는 것 또한 역사적 사실입니다. 소망은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피어납니다. 안락하고 배부르고 등 따순 상황 속에서는 욕망이 자라납니다. 욕망이 잉태하여 죄가 되고 죄가 자라나 사망을 낳습니다.(약 1:5) 그러므로 소망을 빚는 고난이 오히려 축복이 됩니다. 소망은 오직 고난 속에서만 빚어지는 법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스스로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이유 중의 하나라고 바울은 말합니다.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할 것이니라”(롬 8:17)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면 마땅히 하나님의 나라를 유산으로 받게 될 상속자들인데 그 상속받을 대상 중에 고난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난(환난)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유산이요 선물입니다.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 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어 내는 줄”(롬 5:3-4)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재벌 그룹 총수도 바른 신앙 안에 있으면 얼마든지 주님의 나라를 위해, 주님의 뜻을 위해 사용될 수 있음을 최회장을 통해 바라보게 됩니다. 바라건대 그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국의 빌 게이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이혼 문제로 세상의 가십거리가 되고 기독교의 이름에 누를 끼쳤지만 훗날 그것이 주님께 영광을 돌리는 영광의 “주홍글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들목 교회와 한빛누리재단과 관계한 여러 기독교 단체들의 존재를 통해 한국 기독교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을 봅니다. 아나뱁티스트의 동류(同類)들이 굳건히 존재하고 있음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됩니다. 한국 기독교가 처한 경직되고 엄혹한 현실은 이 땅에 아나뱁티스들이 존재해야 할 충분하고 마땅한 이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