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00)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00)     



 그리스도의 도는 참으로 단순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 “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문제는 무엇입니까? 첫째는 ‘왜 그렇게 살아야 되는데?’하고 반문하는 경우입니다. ‘왜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데?’ ‘왜 남을 대접해야 하는데?’라고 반문하면서 ‘나는 그렇게 살기 싫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하나님의 말씀을 계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과 그렇지 않은 비그리스도인이 나뉘는 지점일 것입니다. 둘째는 그리스도인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인데 ‘아는데 안돼!’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그리스도의 도를 공부하고 수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좋은 가르침은 “삶으로 가르쳐지는 것”입니다. 그 첫 출발은 가정이고, 두 번째는 공동체(교회)입니다. 아이들은 가정과 공동체(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도를 배우고 몸에 익힙니다.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그리스도의 도를 삶으로 드러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끝없이 공부하고 수련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목사가 되어야 하고 수도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 개혁기에 주창된 “전신자 제사장 주의”의 본래 의미도 그렇게 이해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종교 개혁을 통해 탄생한 개신교는 수도원적 전통과 철저히 단절함으로써 기독교 신앙 유산의 소중한 일부분을 스스로 소실시켰습니다. 저는 현대 개신교 안에서 탄생한 ‘기독교 공동체’는 종교 개혁기 루터와 칼뱅의 개신교가 사상시켰던 수도원 전통과 유산을 현대에 재현하려는 시도라고 이해합니다. 아내뱁티스트들도 루터와 칼뱅과 같이 카톨릭의 교권 체제와 타락한 수도원 체제에 반대하였지만 그들은 역으로 그들의 공동체적 삶을 통해 수도사적 삶을 그들의 생활 속에 유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예수원에서도 그렇고 브루더호프 공동체에서 느낀 것도 그러했는데 저는 그들의 삶 속에서 ‘가족 단위의 수도적 삶’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아미쉬와 후터라이트의 삶에서 저는 수도원의 향기를 맡습니다. 가족 단위로, 마을을 배경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그들의 신앙생활에서 저는 ‘생활수도’, 곧 생활이 수도이고, 수도가 생활인 새로운 삶의 양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의 신앙 생활의 비전이 되었습니다. 생활이 수도이고 수도가 생활인 가족 단위의 ‘생활수도원’을 세우는 것이 제 평생의 꿈과 비전이 되었습니다.



 카톨릭 전통이 많이 남아 있는 성공회에서는 카톨릭과 마찬가지로 교인들에게 신명(神名)을 부여합니다. 저의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공생애는 2,000년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대전실직노숙자 쉼터>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때 성공회 교회가 제게 부여한 신명이 ‘안토니우스’였습니다. 기독교 수도원 운동의 창시자, 사막의 교부라 불렸던 그의 이름을 저의 신명으로 삼은 것이 싫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안토니우스 성인이 했던 일을 내 삶의 현실에서 ‘생활수도원’의 버전으로 재정립하게 되었고 마침내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 설립으로 구체화 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주님의 일을 하며 살기로 결단하고 믿음의 첫발을 내딛은 것은 1998년 튀니지 단기선교를 다녀온 이후 수레바퀴선교회라는 척수장애인 단체에서 간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한 명의 알코올중독자를 만나게 되어 중독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중독치유선교 사역에 헌신하게 되면서 2000년 대전실직노숙자 쉼터 일을 맡게 됩니다. 2001년 영국 켄트 주에 있는 <켄워드 트러스트> 중독치료공동체를 보름간 견학하고 돌아온 후 2002년 4월 1일 기독교 중독치료공동체인 <라파공동체>를 창립합니다. 그 중간에 신학을 공부하고 신대원을 졸업한 해인 2004년 6월 10일 중독에서 회복한 이들과 함께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의 <사랑과 섬김의 교회>를 창립합니다. 2007년 한국공동체교회협의회 활동을 통해 KAF를 알게 되고 아나뱁티즘에 대해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기독교 공동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2010년 유럽의 공동체를 한 달간 탐방합니다. 영국의 부르더호프 공동체, 프랑스의 떼제공동체, 독일의 베첼, 바시스 공동체, 헤른후트 공동체, 스위스의 아나뱁티스트 유적지를 탐방하고 돌아오면서 아나뱁티스트 신앙에 따른 기독교 공동체를 창립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2020년 공동체 숙소인 아둘람 하우스를 건축하고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를 출범시킵니다. 현재 라파공동체(Rapha Community)에는 네 개의 기관이 있습니다. 다양한 중독자들을 공동생활을 통해 치유하는 <라파중독치유공동체>가 있고, 중독으로부터 회복한 이들로 구성된 <사랑과 섬김의 교회>가 있으며, 예수를 믿는 믿음을 중심으로 구성된 기독교 생활수도공동체인  <예수의 단순한 삶 공동체>가 있습니다. 양계와 영농을 통해 생업 기반을 만들어 가는 생업공동체인 <라파마을 생태자연농장>이 있습니다. 전체 소속 인원이 25-30명 남짓 하지만 이들 기관들과 함께 이 땅에 아나뱁티즘의 뿌리를 내리려는 소박하나 원대한(?) 꿈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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