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02)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02) 



 중독 치유를 위해 중독자들과 함께 살며 공동체를 이루는 것에 대해서 아내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중독에서 회복된 이들과 함께 <사랑과 섬김의 교회>를 창립하여 운영하는데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공동체, <예수 공동체>를 세운다고 하니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치유공동체도 있고 교회도 세웠으니 있는 거나 잘 하면 되지 뭣하자고 새 공동체를 세우려 하냐는 것이었지요. 물론 이런 아내의 항변은 중독치유공동체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중독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힘들고 지쳤다는 고충과 애로의 토로였습니다. 가뜩이나 지치고 힘든 아내에게 또 다른 공동체를 세우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무거운 짐을 진 자에게 또 다른 더 큰 짐을 지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예수 공동체>를 세우려고 했던 것은 바로 그런 짐을 함께 질 사람들의 공동체를 세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중독치유사역을 감당해 왔는데 인간적으로는 초인적인 힘과 인내, 노력이 요구되었습니다. 무한정의 영적,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요구되는 사역이었습니다. 소진과 탈진(Burn Out)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역을 함께 담당해 줄 동역자 그룹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더 나아가 저희 부부가 60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이 사역을 이어갈 후계 그룹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중독이란 병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대에 이 사역을 이어갈 하나님의 일꾼들이 절실히 필요로 되었습니다. 중독치유사역을 이어갈 일꾼들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야 했고, 중독자들과 삶을 나눔으로써 치유 사역의 열매를 도모하는 가운데, 중독자들과는 상대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일꾼들의 공동체, 곧 제자들의 공동체’가 필요로 되었던 것입니다. 회복자들로 구성된 <사랑과 섬김의 교회>가 있었지만 그들은 다 자기의 사생활과 직장생활이 있어 중독자들을 위한 사역에 전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습니다.



 <예수 공동체>는 중독치유사역의 지속을 위해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꾼 사역 공동체였는데 저는 이 공동체가 생활이 수도이고 수도가 생활인 생활수도공동체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신자란 “그리스도의 도를 평생 배우고 수련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수 공동체>는 예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 중, 중독치유 사역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그 자신을 수도사로 여기며 일상 생활 속에서 공부와 수련에 힘쓰는 생활수도사들의 공동체, 그러나 독신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수도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기를 꿈꿨던 것입니다. 수도적 삶에 대한 동경은 사실 <라파중독치유공동체>에서부터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라파공동체가 대전에서 옥천으로 이전할 즈음 공동체 건물을 설계할 때 건물의 컨셉은 ‘환대와 돌봄의 이미지를 갖는 작은 수도원’ 이었습니다. 중독으로부터 회복하려면 회복의 도를 공부하고 수련해야 하는 수도사가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중독치유의 기술적 도구 세 가지는 교육(Teaching), 상담(Counseling), 훈련(Training)인데 이 역시 수도적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카톨릭 수도원의 전통적 3대 서약 덕목은 청빈, 정결, 순명입니다. 수도사들은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정신적, 성적 순결을 유지하며, 하나님과 수도원장의 가르침과 명령에 절대적으로 순종할 것을 서약하고 수도사가 됩니다. 여기에 저는 정직, 겸손, 인내의 덕목을 더해 정직, 겸손, 순종, 순결, 자족, 인내의 6대 덕목을 <중독치유공동체>의 회복의 원리요 생활 규범으로 적용해 왔던 것입니다.



<중독치료공동체>는 여느 신앙공동체와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Entry와 Re-entry가 있다는 것입니다. 곧 입소와 퇴소가 있는 것입니다. 라파공동체의 중독 치유 기간은 1년입니다. 1년의 과정을 마친 이들은 그들이 떠나 왔던 가정으로, 사회로 돌아갑니다. 공동체로 사는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할 때는 사람들이 떠나갈 때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좋은 일로 떠나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아픔과 슬픔을 남기고 떠나기도 합니다. 라파공동체에 입소하는 사람 중 열에 여덟은 고통과 아픔을 남기고 재발의 길로 떠나고, 두어명 정도는 1년의 과정을 잘 마치고 기쁨을 주고 회복의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사람이 떠나간다는 것은 달랠 길 없는 상실과 외로움 허전함을 가져다줍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속적 관계에 있을 때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고 충만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것이 선한 에너지가 되고 동력이 되어 힘든 일도 능히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라파중독치료공동체>가 존속하려면 선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격려와 위로가 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서의 <예수 공동체>가 꼭 필요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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