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2)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나는 왜, 어떻게 아나뱁티스트가 되었는가? (122)



 종교 개혁이 일어나기 전까지 오랜 시간 동안 중세 카톨릭 신학은 유대인, 유대 민족에 대해 “대체 신학(Replacement Theology)”을 견지해 왔습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거부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는 끝났고, 이제 교회가 ’새 이스라엘‘로서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를 대체했다고 보는 시각입니다. 그런데 17-8세기에 들어서면서 영국 청교도를 중심으로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면서 성경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회복에 대한 예언을 영적 이스라엘인 ’교회‘와 기독교 세계에 대한 예언이 아니라 ‘실제 유대인’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하는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은 영원하며, 유대인이 물리적인 땅(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종말의 필수 조건이라는 ‘고토 회복주의(Restorationism)’가 싹트게 됩니다. ‘대체 신학’을 ‘회복주의’ 신학이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여기에 주님의 재림의 때를 신학의 중심 주제로 다루는 세대주의 신학이 가세하면서 회복주의 신학은 현실적 긴박성을 획득합니다. 유대 민족이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 그들의 지위를 회복할 때 주님이 재림하실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고토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껏 도와야 한다는 움직임이 영국 청교도들에게 광범하게 일어납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고토로 귀환시켜 그들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케 함으로 주님의 재림을 앞당기는 것이 영국과 영국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라는 새로운 국가적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회복주의는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근본주의자들의 신앙으로 굳어지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영국 청교도들의 이러한 신앙적 노력은 19C 유대인들을 팔레스타인 땅으로 이주시키는 운동으로 이어지다가 1917년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의 ‘유대인 국가 수립’ 지지 선언(밸푸어 선언, Balfour Declalation)으로 가시화 되기에 이릅니다. 당시 영국의 핵심 권력자들인 로이드 조지 총리, 아서 벨푸어 외무장관 등은 어린 시절부터 청교도적 성경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그들에게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귀환은 단순한 외교 정책이 아니라 ‘성경적 예언과 정의의 실현’이었습니다. 물론 이 지역을 식민지로 가지고 있던 제국주의 영국에게는 수에즈 운하권을 지키고 오스만 투르크와 이슬람 아랍세력으로부터 자신들 편이 되어줄 중동 내 우호 세력이 필요로 되었는데, 유대 국가의 건설은 세대주의적 신앙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성경적 예언의 성취’라는 명분과 ‘영국 제국주의의 이익’이라는 실리를 완벽하게 거둘 수 있는 탁월한 선택이 되었던 것입니다. 유엔의 결의를 거쳐 마침내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하여 무려 2,500년만에 그들의 국가를 다시 세우게 됩니다. 이스라엘 건국과 동시에 반발한 이스라엘-아랍 사이의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기적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들은 ‘성경 예언이 눈앞에서 실현되는 기적’을 보게 되었고 “기독교 시온주의”를 더 열광적으로 추종하게 됩니다. 그 결과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정치, 군사, 외교적 유착이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됩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사건도 “기독교 시온주의”의 맥락 속에서 세대주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추진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복음주의 개신교 교회들에서 지금도 열정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는 “백 투 더 예루살렘” 선교 운동도 비슷한 신학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기독교 시온주의”는 한국에도 그대로 이식됩니다. 극우 개신교의 선봉이랄 수 있는 전광훈 목사는 1998년 ‘청교도 영성수련원’을 설립하고 원장으로 활동합니다. 그의 수련원 집회에 참석한 개신교 목사들의 수가 수만명이 넘었다고도 합니다. 그를 통해 미국 청교도들의 “기독교 시온주의”가 한국에 이식됩니다. 물론 미국의 청교도 신앙과 신학은 알렌과 언더우드 같은 초기 선교사들에 의해서 전달되었지만 기독교가 오늘과 같은 극우적 양상을 띠게 된 것은 현대 미국 근본주의자들의 “기독교 시온주의”가 이입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영성수련원 집회를 통해 회심하고 신앙이 갱신된 몇몇 좌파 운동권 인사들이 전광훈 목사의 극우 활동에 동참하게 되면서 그의 반좌파 극우적 노선과 활동은 더욱 힘을 얻습니다. “기독교 시온주의”가 미국과 한국에서 극우적 모습으로 나타내는 데에는 시온주의 추종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적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적 사고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더 나아가 그들 의식의 깊은 저변에는 기독교적 선민의식이 깔려 있음에 주목해야 합니다. “기독교 시온주의”가 영국 청교도들에 의해 배태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을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선택된 선민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런 인식은 미국 청교도들과 근본주의자들에게 그대로 옮겨집니다. 그들 역시 자신들을 이스라엘의 구원과 그것을 통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촉진하는 영광된 사명을 부여받은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의식을 갖게 됩니다. 이런 선민 의식이 한국 기독교 극우 세력들에게도 그대로 전이됩니다. 이스라엘 백성과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인들과 한국의 극우 기독교인들이 모두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이라고 믿는 믿음 안에서 그들의 혈맹적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둘러싼 아랍 국가들을 ‘반서방/친공산’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로 간주하며 한국의 상황과 동일시합니다. 시위 현장에서 그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서는 데에는 이스라엘의 하나님, 미국의 하나님이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기독교 시온주의적 선민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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