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알코올,게임중독 박준 입니다.

라파공동체2026.03.28 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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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알코올,게임 중독자 박준입니다. 라파공동체에서 알코올, 게임 중독으로 입소하여 약 26개월 동안 치유,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 중독 이야기를 아내가 잘 작성하여 주었기에 저는 회복을 하는 중, 뼈로 와닿은 것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보통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가지만 저희는 충북 옥천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느낀 점은 충분히 시골에서 정착해 살 수 있다.” 라는 것입니다.



 제 어린 시절 상처를 나누는 것이 혹여 부모님께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지만, 조심스럽게 어린 마음에 아팠던 것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고 학력자였던 부모님께서는 가난하고 소박했던 시골에서 지내시다가 자수성가하셨습니다. 은행에서 함께 근무하셨던 두 분은 승진함과 동시에 수입이 많아지자 자녀 교육에 열을 올리셨고 그 열기는 분당 입성과 캐나다로 유학을 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너무 감사한 환경이었지만 미취학 아동일 때부터 능력으로 받쳐주시는 부모님의 높은 기대가 미숙했던 제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모님을 만족시켜드리고 싶었고,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기대를 맞춰 시작했던 공부는 어느새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는 부담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즐거워서 해야하는데, 상위권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할까? 두려움과 초조함, 불안한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점차 놀고싶은 마음이 강해지고, 친구들이하는 것들을 함께하고싶은 마음이 앞서면서 기대에 맞추지 못하는 아들, 늘 변명하는 아들, 다른 것을 열심히해서 다시 채워보려고 잔꾀를 부리는 아들이 되어갔습니다. 이런 굴레는 열등감으로 저를 눌렀습니다. ‘기대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나, 부족한 나, 잔뜩 힘주어 도와주는 부모님처럼 살지 못하는 나.’ 부적절한 나만 가득한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채 33살이 되기까지 부모님을, 결혼해서는 아내를,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만족시켜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늘 나는 부족하기에 아버지의 도움 없이 살지 못하게 되어버려 의도치 않게 큰 나이에도 의존적인 내가 되어있었습니다.



 첫 직장을 얻을 때 빼고는 모든 이력서를 아버지께서 작성하여 주셨었고, 면접만 보러다니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청년이자 한 가정의 아빠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부모님을 탓하며, 이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게 해주지 않는 교육과 사회를 원망하며 허송세월을 보냈습니다. 일부분에서는 어린 시절에 과도한 기대로 부담과 상처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바꿔볼 수도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시작했었고 게임 속 세상에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캐릭터는 내가 가고싶은 곳으로 가주었고,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물리칠 힘이 있었으며 내가 만들어가고싶은 세상과 캐릭터의 아이템으로 치장하는 삶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내가! !를 게임 속에서 이루다보니 중학생, 고등학생, 어른이 된 후에도 끊지를 못하고 집중해서 지냈고 여느 남자들처럼 단순히 즐기기만 했던 게임이 내 세상이 되는 불상사를 경험했습니다. 그 후 알코올을 접했고, 술은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는 좋은 도구요 불쌍한 나를 위로해주고 연약한 속마음을 말하게 해주는 도구였습니다. 늘 거대하기만 한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 나를 알아봐주지 않는 세상에게 던지고 싶었던 억울한 말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말하기 시작하자 알코올 없이는 말할 수 없는 겁쟁이 나만 자리잡고 알코올 중독만이 내게 남아있었습니다.



 그 후는 아내가 적은대로 라파공동체를 오게 되었고, 회복 16개월 기간 중 중독이라고 생각 못했던 게임을 다시 시작하며 거짓말과 부인과 합리화를 하다 모두를 속이고 재발하게 되었습니다. 재발한 후 다시 20241222일 라파공동체에 입소하며 회복의 시간을 살아갈 때 목사님께서 저희 부부를 앉혀놓고 말씀하셨습니다. “준이 형제 가정은 쫓겨나는거야. 배울 것은 다 배웠으니 나가서 위기와 기회를 경험해.” 라는 말씀을 듣고 공동체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공동체에서 양계를 도우면서 한 해 회복 시간을 보내도 되겠습니까? 라고 여쭤보게 되었고, 그 후 공동체를 도와주며 다시 처음부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2년간 함께해주신 목사님께서는 부부 각자의 문제를 잘 아시기에 개인에게 솔루션을 주셨습니다. 서로 역할을 바꿔서 지내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인 저는 무언가를 잘 해내야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내 능력보다 앞서지 않기 위해 가정을 돌보며 소중함을 깨달으라고 하셨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아내에게는 남편에게 의존해서 더 해내라고 하지 말고 직접 사회로 가서 가진 능력으로 일을하고 돈을 벌어서 가정을 책임져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동의가 되었습니다. 아이 둘을 돌봐야하는 아내는 늘 저에게 신경을 쏟느라 엄마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 죄책감에 눌려 살았고, 저에게 잘하라고 말하는 그 말의 의미를 알지만 어릴 적부터 느낀 부담감을 고스란히 느끼기에 저는 아내의 말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우리가 서로 역할을 바꿔 살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갖자는 말이 미안했으면서도 동의가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무엇인지를 처음 겪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내게 무얼 하라고 말하지 않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래도 내 가족들이 공동체를 떠나 살기에 당장 집이 필요했고, 공동체가 위치한 안남 모산 근처부터 빈 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머물 곳은 꼭 내 손으로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옆에 있는 덕실 마을 이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에서 정착해서 살고 싶은데, 집을 구할 수 있는지 묻자마자 바로 빈 집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 혼자 사시다 돌아가시고, 2년 동안 빈 집이었던 터라 시간이 멈춘 듯한 집을 우리 가정이 이어받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과 그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당장 수리가 필요했습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았던 집 곳곳은 무너지고 낡은 싱크대와 먼지가 가득한 가구들, 찌들어버린 벽과 장판만 있었습니다.



(연로하신 할머니께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살림을 책임지셨던 흔적들.)





(실내 철거 후 홀로 거실 단열재 시공)





(단열재 붙이기 위한 작업. 꼭 붙어서 우리 가족 바람 막아주기를)





(페인트를 칠하기 위해 이음새를 막아주었다.)



(나와 아내가 지낼 소중한 안방)





(붙박이로 붙은 신발장을 수납장으로 바꾸기 위해 하얀색 페인트를 칠했다.)



(하얀색 페인트로 벽을 칠해주었다.)



(두 번의 페인트칠 후, 페인트칠을 혼자 하려니 오래 걸렸다.)



(신발장 타일과 신발장 설치 완성 후)



 홀로 이 곳에서 지내시며 힘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할머니께서 남겨 놓으신 물건들을 다 버리지 않고 하나씩 닦아 다시 쓰기로 아내와 합의하고 냉장고부터 손을 봤습니다. 내용물들을 비우고 다 닦아서 밖으로 빼놓고, 기운 싱크대를 손수 철거하고, 찢어진 장판을 버리면서 우리가 생활할 집을 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옛날 집이니 추울것이라는 말에 혹여 한 겨울 아이들이 추울까봐 단열제를 시공하고 이음새를 빠대질하며 채워 넣고, 거친 부분들을 문지르며 평평한 벽을 만들어서 흰색으로 페인트를 칠을 했습니다. 그 후 싱크대 도면을 그려서 의뢰하였고, 서로 상의하여 고른 색상으로 우리가 머물 공간을 채웠습니다. 하나씩 갖춰가는, 내 손으로 일궈낸, 가족이 다시 함께 살아갈 집이라는 생각에 지치는 줄도 모르고 한 달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옷을 안게 된 할머니의 농)

 (주방 타일 시공)





(아내가 좋아해주는 주방 싱크대, 효율을위해 직접 도면까지 그리고 시공마무리!)



그렇게 중독에서 회복으로, 도시에서 시골로, 공동체에서 마을로 이사하게된 가 담겨있는 집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의 회복 이야기들을 사진으로 담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다음엔 농사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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